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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폰테크 의사가 쓰러지자 마을이 멈췄다…‘우리동네의원’은 다시 문을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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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1-2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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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폰테크 [주간경향] 지난 1월 12일 찾은 충남 홍성군 홍동면 운월리 ‘우리동네의원’에는 30일까지 휴진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이훈호 원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이 지난해 12월 17일 건강 악화로 예정에 없던 큰 수술을 받고 입원하면서 시작된 휴진이다. 병원 측은 이 원장을 대신할 임시 의사를 찾고 있지만, 시골에 오겠다는 의사가 없다. 30일 이후에도 휴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1차 의료기관인 우리동네의원을 이용하는 환자는 하루평균 40명쯤. 대부분 홍동면에 거주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은 70대 이상 어르신들이다. 이 원장 역시 홍동면 주민으로, 어르신들의 생활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다. 몇 년 전 다수의 마을 주민에게서 고혈압·당뇨 수치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 원장은 어르신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사륜 스쿠터’에 주목했다. 사륜 스쿠터를 타고 논과 밭을 다니는 어르신에게 이 원장은 “가능하면 더 걷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원장은 입원하기 한 달 전에 지역 언론인 홍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농사짓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며 “그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는 의료를 지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휴진이지만 병원 문은 열어둔다. 이날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박희진 사무국장만 나와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의사의 부재를 알리고, 이들이 처방받았던 약의 목록을 뽑아줬다. “약이 달라지면 환자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읍내에 있는 다른 병원에 가서도 같은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안내하는 거죠.”
전립선 관련 질환으로 병원을 자주 찾는다는 주민 신관호씨(78)는 “우리동네의원은 우리 병원, 이 원장은 우리 의사, 내 주치의”라고 말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우리동네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다는 주민 이재자씨(81)도 “세상에 이런 병원, 이런 의사 없다”고 했다. “정형외과에서는 수술을 자꾸 권했거든. 그런데 이 원장은 수술 대신 물리치료를 받고 운동하라고 했어. 그 말대로 하니 지금은 허리가 많이 좋아졌어. 물리치료사도 실력이 좋아서 웬만한 정형외과 물리치료보다 낫더라고….”
우리동네의원의 휴진은 당장 이동의 제약이 있는 홍동면 노인들에게 문제가 된다. 이씨는 “이제는 버스 타고 홍성읍으로 나가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홍동면에서 읍내 가는 시내버스는 한 시간에 한대꼴로 있다.
시장과 공공의 ‘빈틈’
우리동네의원은 홍동면의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한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홍성의료복지사협)’이 2015년 5월 설립한 병원이다. 홍동면은 1959년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인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소비조합 구판장(풀무생협)’이 탄생한 곳이고, 지금도 40여개 협동조합과 100여개의 주민조직이 활동할 정도로 협동조합 운동이 활발하다. 홍성보건소 산하의 홍동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공보의)로 일했던 이 원장도 공보의 복무를 마친 뒤 마을에 남아 협동조합 방식으로 병원을 만드는 일을 고민했다.
“보통 공보의를 마치면 다들 도회지로 가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마을에 남아서 주민들 대상으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응급처치법’ 같은 걸 알려주더라고요. 그때 의기투합한 주민들이 이 원장과 함께 협동조합을 만들고 병원을 세운 거죠.” 금창영 홍성의료복지사협 이사장의 말이다. 이 원장은 협동조합의 설립을 주도한 인물이자, 협동조합에 의해 고용된 ‘페이닥터’다.
우리동네의원이 설립됐을 때는 지금의 자리에서 2㎞ 떨어진 홍동면 금평리에 있었다. 금평리 병원 개원식에서 마을의 큰 어른인 홍순명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전 교장이 ‘건강이란 신체·정신·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身體精神與社會相關完全健康)’라는 붓글씨를 써 이 원장에게 전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헌장 전문에 나오는 글귀다. 이 원장은 이 뜻을 담아 우리동네의원 소개 글을 이렇게 썼다. “지역 주민들이 의료 소비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문가와 협동해서 적극적으로 자신과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주체가 돼가도록 돕겠습니다.”
우리동네의원은 가정의학과 기본 진료, 금연 진료, 영유아 검진, 성인 예방 접종, 수액·영양치료, 통증치료(물리치료) 등을 제공한다. 걷기 모임과 ‘허리건강실천단’ 같은 주민 모임을 꾸리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건강 교실도 운영한다. 임종을 앞두고 병원 방문을 거부한 채 자택에 머무는 주민에게는 방문 진료로 상태를 살피고, 사망 후에는 사망진단서 작성까지 맡는다.
민간 병원이 많지 않은 농촌 지역에서는 통상 보건소나 보건지소 같은 공공기관이 1차 의료 서비스를 맡는다. 읍에는 보건소, 면에는 보건지소가 설치되고 공보의가 배정된다. 하지만 현재 대다수의 농촌에서는 이런 공공의료 서비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홍성보건소와 산하의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는 모두 18명인데, 의과는 4명뿐이고, 나머지는 치과(4명)와 한의과(10명)에 속한다. 의과 공보의 1명은 보건소에서 일하고, 나머지 3명은 보건지소를 순회하면서 진료한다. 홍동보건지소에는 화요일에만 의과 진료가 가능하다. 올해 4월에는 의과 공보의 3명이 전역한다. 홍성군청 관계자는 “4월 이후 의과 공보의가 채워질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보건복지부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 전국의 모든 보건소와 보건지소가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평리에 있던 우리동네의원은 2023년 지금의 자리인 운월리로 이전했다. 금평리 시절에는 하루 환자가 25명 수준이었는데, 면소재지인 운월리로 옮기자 환자가 2배로 늘었다. 홍동면은 약국이 없다. 이에 ‘의약분업 예외지역’으로 지정돼 병원에서 직접 약을 짓는다. 공공과 시장이 책임지지 않는 농촌 의료 서비스를 마을 주민들이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던 것이다.
왕진하는 주치의
이날 우리동네의원 앞에는 ‘홍성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적혀 있는 흰색 승합차가 주차돼 있었다. 이 원장과 간호사들이 방문 진료(왕진)를 위해 타고 다니던 차량이다. 송민수 간호사의 말이다. “제가 2019년에 병원에 들어왔는데 원장님이 계속 왕진을 하는 거예요. ‘어떤 어르신이 진료를 보고 가셨는데 신경이 자꾸 쓰인다, 병원에 오셔야 하는데 안 오신다’면서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액의 진료비를 받았죠. 제가 ‘진료비를 더 받아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원장님이 ‘내가 너무 궁금하고 걱정돼서 가는 건데, 어떻게 진료비를 더 받아요?’ 하더라고요.” 지금은 보건복지부가 ‘1차 의료 방문 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하고 있어서 왕진에 대한 수가가 정해져 있지만, 당시만 해도 왕진은 진료수가 항목이 아니었다.
우리동네의원은 거동이 불편해 진료를 보러오기 어려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주민들의 집도 방문한다. 이 원장이 쓰러지기 전까지 이 원장과 송 간호사 그리고 우리동네의원의 사회복지사가 한 팀으로, 정기적으로 환자의 집을 방문해 환자의 몸 상태를 살폈다. 홍성에서 우리동네의원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2차 의료기관인 홍성의료원뿐이다. 송 간호사는 “우리가 돌봤던 장기요양등급 환자가 총 17명이었는데, 우리가 휴진에 들어가면서 이분들을 돌보지 못하게 됐다. 가장 걱정되는 분은 욕창이 있는 환자인데, 홍성의료원에 따로 부탁을 드렸다. 거기도 공보의 부족으로 난처해 하긴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진료실에 들어가 보니, 진료용 침대에 2026년 달력이 쌓여 있었다. 달력 하단에는 그달에 맞는 건강 팁들이 적혀 있다. ‘농사일 틈틈이 허리 스트레칭(6월)’,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쉬어요. 국물음식, 냉국, 미숫가루로 몸을 달래는 것도 좋아요(7월)’, ‘뜨거운 목욕은 안 돼요. 보습제를 충분히 바르는 것이 좋아요. 기관지 마르지 않게 물을 자주 마시세요(11월).’ 올해가 오기 전 주민에게 돌리려 했던 달력인데 휴진 사태로 전달하지 못했다.
조합원들은 이 원장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모금 중이다. 이재자씨가 말했다. “수술비, 병원비가 많이 나오겠지. 주변 할머니들한테 (모금하자고) 얘기하고 다녀. 노인네들이 큰일은 못 해도, 그런 작은 일들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거든….” 지난 1월 2일에 시작한 모금은 15일 기준으로 5400만원이 모였다.
더 큰 문제는 이 원장이 돌아오기 전까지 병원을 유지하고 환자를 돌보는 일이다. 조합은 의사 커뮤니티에 ‘임시 의사 모집’ 공고를 냈다. 공고를 보니 급여는 하루 40만원(세후), 숙식도 제공한다고 나왔다. 이 원장보다 급여 수준은 높지만, 일반 의사 급여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주일에 1~3일 만이라도 와준다면 병원을 유지하고 환자들을 받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선뜻 오겠다는 의사는 없네요.” 금창영 이사장의 말이다. 어르신 환자들은 읍내로 나가기도 하고, 병원 가는 일을 포기하기도 한다. ‘주치의’로서 마을 주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온 병원인지라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우리동네의원은 다시 문을 열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 들어 흑인 여성들이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갑작스러운 경력 단절을 마주하게 된 흑인 여성들은 이력서에 인종을 적지 않는 등 혹독한 고용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고심하며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채용이 둔화하고 인공지능(AI)이 지식 노동자를 대체하는 등 고용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와중에 특히 흑인 여성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흑인 여성의 실업률은 지난해 초부터 12월까지 크게 상승해 7.8%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학·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흑인 여성의 취업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진보 성향 미국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노동 경제학자 발레리 윌슨은 “흑인 남성이나 다른 여성 집단에서는 이 같은 고용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흑인 여성의 고용만 급격하고 이례적인 감소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공공 부문에서 비중이 큰 흑인 여성 노동자들이 트럼프 정부의 대대적인 연방기관 인력 감축 과정에서 해고됐을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흑인 여성의 일자리가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를 거칠게 압박한 탓에 민간 기업에서도 관련 직무가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NYT 인터뷰에 응한 흑인 여성 전문직 종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DEI라는 용어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유능한 흑인들을 해고하는 구실로 삼는 것 같다”며 “DEI 관련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DEI 관련 업무를 맡지 않은 흑인 여성들조차 불안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NYT는 트럼프 정부의 이 같은 기조가 구직 활동을 하는 흑인 여성들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흑인 여성들은 구직 정보와 조언을 나누는 그룹 채팅방에서 인종과 DEI 관련 경력은 이력서에 적지 않는 게 더 낫다는 등 전략을 공유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비영리 싱크탱크에서 일하다 지난해 5월 해고된 흑인 여성 에리카 해트필드는 “이력서에 인종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NYT에 말했다. 그가 속했던 조직은 교육부와 협력하는 일이 많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자마자 연방 공무원들이 일자리를 잃기 시작했고 기금 모금 등 조직의 업무 속도도 느려졌다고 했다. 해트필드는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갖고 있으며 마케팅·사업 개발 직무 등에 관심이 있지만 “지금이 겪어본 것 중 최악의 구직 시장”이라고 말했다.
고용 등을 연구하는 ‘퓨처 포워드 연구소’ 소장이자 하버드대 강사인 안젤라 잭슨 박사는 기업들이 DEI를 고려한 채용을 점점 축소하는 데다 고용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흑인 여성들이 기업 내에서 승진하는 일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연구소가 2024~2025년 흑인 여성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신의 경력 발전 가능성에 낙관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8%로 2년 전 28%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년기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파병1년
②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북한군의 러시아·우크라이나전 파병은 지난 2024년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월 북한군 포로 생포소식이 전해졌다. 그들이 생포된 곳은 러시아 쿠르스크였다. 우크라이나가 전략적으로 점령했던 러시아 영토였다. 북한출신 전쟁 포로가 생긴 것은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었다. 2명의 포로는 당시 외신과 국내 언론에 등장했지만 이후 1년간 거취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군 포로를 만나기 위한 과정은 복잡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포로 공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지난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포로들의 얼굴을 공개한 것에 대해 당시 한국정부는 강하게 항의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한군 포로들에 대한 취재 허가가 떨어지고 그들이 수감되어있는 시설로 향한 것은 지난 해 10월이었다. 그곳에는 북한군 뿐아니라 러시아 및 타국에서 온 러시아 의용군 등 전쟁포로들이 수감이 되어있다. 취재 당일, 아침 일찍 시설 책임자와 정보국 담당자가 취재진을 인솔했다. 지하로 내려가서 미로같은 시설 통로를 지나니 작은방이 나왔다.
마침내 만난 북한군 포로는 김모 (26)였다. 푸른색 죄수복을 입은 러시아 포로들과 달리 그는 검은 패딩을 입고 나타났다. 그는 취재진을 보고 상당히 경계했다. 인사를 하자 김씨는 “당국이 머리가 좋다. 여성분을 보내면 내가 막 감동할줄 아느냐”고 눈을 매섭게 떴다. “우리는 정부 당국자가 아니다”고 설명했고, 그는 뭔가 잠시 생각한 뒤 “담배 있으면 달라”고 했다. 그는 재차 취재진의 이름과 주소를 물었다.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김씨는 생포 당시 턱에 총탄을 맞았다. 그는 얼굴에 붕대를 맨 채 지난해 언론에 공개됐다. 다만 그의 이름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상처가 제법 아물고, 붓기도 빠진 상태였다. 필답을 했던 1년전과 달리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
“나는 막 불편해요. 살아있는 것이” ‘전쟁포로가 된 심정이 어떠냐’는 질문에 답하는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는“ 포로가 되면 역적이나 마찬가지다. 나라를 배반한 거랑 같다. (포로가 될 때) 나는 살아있을 가치를 못느꼈다. 다른 사람은 포로가 되지 않으려 다 자폭했는데, 나는…자폭을 못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두려움은 북한 송환이다. 그는 “자다가도 그 걱정 때문에 불뚝불뚝 깰때가 많다”며 “북한에 돌아가면 가족, 친척, 친구 등 다 3대 멸족 당한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났지만 전쟁의 기억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는 “그렇게 피비린내나는 살벌한 전투는 처음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된 거 보면 온전한 시체가 없다. 온몸이 찢어지고 절단된다”며 “저격당해 죽었으면 그건 좀 깨끗하게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로 눈앞에서 전우가 자폭드론 공격을 당해 죽는 모습을 봤다. “수많은 전투전우들이 그 러시아땅(쿠르스크)에서 그렇게 희생됐는데, 그 많은 사람들의 유해는 어떻게 하려는지…”.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전우들이 죽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공포감도 생기고, 참 너무 가련하고 처절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참전과정에 대해 그는 “배에 오르니 러시아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우리가 러시아에 간다는 것은 알았다”며 “블라디보스토그에서 시가전 훈련, 러시아 무장장비 교육 등을 받다가 (2024년) 12월 초 쯤에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전투는 새벽에 이뤄졌다. 그는 총에 맞아 부상을 당했다. 총알은 팔뼈를 부러뜨리고 턱도 관통했다.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었는데는 깨어보니 밤이었다. 과다출혈과 추운날씨를 이겨내며 빈몸으로 부대로 복귀하던 중 도중 우크라이나군에 포위됐다. 자해를 하려했지만 칼과 수류탄 등이 없었다.
‘포로가 되는 순간 무서웠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섭다는 생각은 안들고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뭐가 억울했느냐’고 물어보니 그는 “포로가 된 것이 억울했다”며 “만약 수류탄이라도 있었으면 포로가 안되고 죽을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삶이 그때 죽지 못한 후회가 100배로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우크라이나 96연대에 따르면 김씨는 이송 중 자살을 시도했다. 콘크리 기둥을 항해 돌진해 머리를 박는 자해를 시도했다.
김씨는 제대하면 성악을 공부하려 했다. 북한 병사들은 의무적으로 10년을 복역하는데 제대하는 해 러시아로 파병됐다. 그는 수감 중 한번씩 노래를 불렀고, 우크라이나 간수들이 그의 실력에 깜짝 놀랬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 그는 북한에서 유명한 ‘어머니가 제일 좋아’를 불렀다.
‘다 자라도 찾는 어머니/백발 돼도 찾는 어머니/엄마없이 나는 못 살아/어머니가 제일로 좋아.’
그는 1년전 언론을 통해 한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 그는 “난 한국에 가겠다는 의향이 확실다”며 “(하지만)내가 한국에 갈수 있는지 없는지 의문이 계속든다. 심정은 간절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포로는 24살의 백모씨다. 마치 중학생 같은 앳된 얼굴인 그는 생포될 당시 다리를 다쳐 철심이 박힌 채 목발을 짚고 다닌다. 그는 ‘정찰총국 출신’이라고 했다. 정찰총국은 대남공작 및 해외공작, 요인암살테러 등을 수행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 핵심정보기관이다.
그는 2025년 1월 한 도시를 점령하는 전투 중 우크라이나 기계화부대에 포위돼 포로가 됐다. 그는 “그날 따라 드론이 정말 많았다”며 “죽도로 싸워댔는데 드론 한대가 날아왔고, 은폐하려 창고로 뛰어들었는데, 창고안의 작은 창문으로 다른 드론이 더 들어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순간 엎드렸지만 공간이 좁다보니까 다리가 이렇게 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드론 폭발로 10명 중 4명 가량이 부상을 당했고 이들은 전원 자폭하기로 하고 수류탄을 하나씩 나눠가졌다. 혼자 숲속에 쓰러져 있던 백씨는 다른 사람들도 다 잘못된 것 같아 나도 죽어야겠다, 싶어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불연듯 ‘아군의 재공격이 있다면 그때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숲에서 버티기로 했단다. 3,4일뒤 멀리서 우크라이나군인지 러시아군인지 알 수 없는 외국군이 다가오길래 “다가오면 이것을 터트리겠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류탄을 갖고 있으니까 언제든지 고리만 당기면 죽을 수 있어 겁이란 건 없었다”며 “러시아군이면 합류하면 되고, 적군이면 그 고리 뽑고 죽으면 된다, 그런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식별이 어려운 외국군은 “우리들은 러시아군”이라며 안심시킨 뒤 지혈을 해주겠다며 지혈대를 꺼냈는데, 그게 자신이 가진 지혈대와 같았다.백씨는 “러시아 군인이 맞구나 확실을 가졌고, 암구호를 댔는데 그것도 맞아 떨어졌다”며 외국군을 믿고 따라가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백씨가 무언가 잘못됐다고 느낀 것은 구급차안에서였다. 차내 장식물에는 성조기가 그려져 있고, 차벽에는 우크라이나라고 씌여 있었던 것이다. 그는 “뒤늦게 수류탄을 찾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떼네간 뒤였다”며 “다시 수갑을 채우고 눈도 가릴 때 그때가 제일 막막했다. 죽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라고 말했다.
‘왜 죽을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포로 돼 봤자 이렇게 좀 구차하지 않느냐”며 “포로가 돼서 구차하게 살수는 없다”고 말했다. ‘뭐가 제일 구차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명색이 조선군인은 적군의 포로가 돼 살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남자는 군대 나가 봐야 나가서 고생이라도 해봐야 사람 된다’는 부모님의 말에 따라 입대했다. 그는 “군동원 도동원부로 갈 때 보는 부모님 모습이 부모님의 마지막 얼굴”이라며 “정류소에 차로 통과할 때 마지막으로 보겠다고 부모들이 다 기다리는데 어머니도 우셨다”고 말했다. 백씨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면서 손잡고 본, 눈물흘리는 어머니의 그때 모습이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로 파병 올때 부모님께 파병간다는 말을 하지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본인도 전쟁터로 오는 걸 몰랐다. 그는 “러시아에 왔고, 지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이니까 군대가 참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참전한 전장은 훈련과는 달랐다. 그는 “전쟁이라는 걸 처음보는 상황이니까, 이렇게 시체가 나돌아다니고 눈앞에 방금까지 서 있는 사람이 죽고, 이런 세상은 처음이니까”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준비되지 않은 참전은 피해를 키웠다. 그는 “힘들게 훈련만 했는데, 직접 써먹을 수 있으니 처음에는 들뜬 상태였기도 했다”며 “하지만 전투가 처음이다 보니 희생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경험이, 그저 용감하게 나가기만 했는데, 드론이 따라오면 사격을 해 떨어뜨리거나 은폐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면서 희생자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백씨는 “제 나이 또래들…말한마디 못하고 머리에 정통으로 드론 폭탄을 맞아 그 자리에서 다 그렇게 전사했다”고 말했다.
흥분한 북한군은 복수하겠다고 나섰지만 그게 더 큰 사상자를 불렀다. 백씨는 “동료들이 죽으니까 상급자들의 눈에 살기가 돌더라”며 “복수해주겠다고 결단하니 더 죽었다. 복수하겠다는 생각에 은폐라는 것은 없었고 맞바닥에 나가기만 하니까, 그래서 낭패는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 닥치게 되면 죽음같은 것은 크게 생각되지 않는다”며 “이 도시를 차지하라는 명령을 받은 만큼 한명이 남든, 두명이 남든 무조건 차지해야 한다는 그런 생각 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정말 죽음에 초월한 존재일까. 백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같은 사람인데 죽고픈 사람이 어디 있고 목숨을 그렇게 쉽게 여기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별 수가 없으니까 막다른 골목에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뭔가 할 수 있다면 모든 걸 포기하고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감생활 1년째. 그도 한국 송환을 희망하고 있다. 북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은 여기서 좀 벗어나고 싶다”며 “한국으로 절실히 가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인과 조선군인은 다르다. 조선군인은 포로가 될 수 없다”며 “포로가 됐다는 것 자체가 죄고, 여기서 한국사람과 접촉하면 죄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이 아닌 한국으로 갈 수 있게끔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으로 송환될까봐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네. 그렇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5시간 만에 끝났다. 김씨와 백씨는 감방이 너무 추우니 두꺼운 겨울옷을 사달라는 부탁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폭격은 에너지 시설에 집중돼 수도 키이우도 하루에 몇시간만 전기가 들어온다. 우크라이나 간수들의 재촉을 받으며 감방문이 닫힐 때 두 사람은 손을 흔들며 조심해서 가시라 인사했다. 취재 뒤 우크라이나 간수들이 “북한 포로들이 웃는걸 처음 본다”며 신기해 했다. “저렇게 말을 많이 한 것도 처음”이라고 했다. 1년간의 기나긴 기다림 속의 고립 때문일 것라는 생각된다.
키이우(우크라이나)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
정리=박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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