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1위 [이진송의 아니근데] 여성들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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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새’는 ‘남자에 미친 새X’의 줄임말로, 이성애자 여성 중에서 연애의 가능성이 있는 남성에게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여지 주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뜻한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친밀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친분이 있는 집단 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플러팅을 남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에서 진정성 없이 ‘관심이나 표를 많이 받는 것’을 목적으로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는 여성 출연자는 남미새로서 그 기수의 빌런 자리를 차지한다. 학교나 직장, 소모임처럼 성별이 섞여 있는 집단에서 자기를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다른 여성을 이용하거나 ‘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다’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는 형태로도 목격된다. 연애하는 남미새는 남자친구에게 과도하게 몰입하여 연애 이외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반복적으로 연애 상담을 하여 친구들의 기를 빨아먹은 후 그럼에도 다시 남자친구에게 돌아간다. 남미새는 ‘학교 다닐 때 남자애들한테 후드 빌리고 다니는 애’, ‘꼬맹이 아니라고 발끈하는 애’, ‘남미새 관상’으로 유형화되어 공감과 공분을 산다. 그러다보니 유튜브나 인스타툰, 커뮤니티, 연애 상담 프로그램, 고민 상담 프로그램 등에서 꾸준히 혈압과 조회수를 올리는 소재로 등판한다. 코미디언 강유미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 2024년 올린 <엑소시스트-남미새 영혼에 빙의된 여자>는 조회수 230만회를 기록하며, 업로드되었을 당시 꽤 화제몰이를 했다. 해당 영상에서 ‘남미새 영혼에 빙의된 여자’를 연기하는 강유미는 몸매가 드러나는 소위 ‘독기룩’을 즐겨 입고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남자친구를 계속 언급하거나, “제가 워낙 털털하니까 여자 친구들보다 남사친들과 더 친하다”라고 주장한다. ‘남사친에게 유사연애질’을 일삼다가 고백하면 달아나고, 남성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이 영상에는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자신이 경험한 ‘남미새’ 유형을 제보하고 이들을 성토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남미새의 범위는 연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넘어서 확장된다. 중장년 여성들이 아들뻘의 남성은 애틋하게 여기고 딸뻘의 여성에게는 가혹하게 군 일화가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내 아들을 귀하게 여기느라 다른 집 딸은 무시하는’ 일부 여성들의 행태 또한 ‘아들맘’으로 축약되어 남미새 타이틀을 얻는다. 심한 경우, 특별히 타인에 대한 차별이나 배제가 없었음에도 남성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티를 내는 것만으로 남미새라고 공격 받기도 한다(아빠와 사이가 좋거나, 아빠를 자랑하는 경우에만 남미새 공격을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빌런은 범죄까지는 아니어도 집단의 평화나 신뢰를 깨고,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행동을 한다. 그래서 밉고 싫은 기피의 대상이다. 그런데 남미새처럼 공공의 적이 되어, 그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스포츠고 아무나 남미새라고 낙인 찍어 괴롭히는 지경에 이르면 생각해봐야 한다. 어째서 ‘남자에 미친 여자’는 그토록 문제적인 존재가 될까? 남미새의 자매품이자 남자 버전인, ‘여자에 미친 새X’ 즉 여미새가 다른 의미와 지위를 취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다.
여미새는 남미새처럼 세세하게 유형화되거나 범위가 확장되지 않는다. 여자를 밝히고 ‘한 번 자보려고’ 수작을 부리는 정도가 특징이지만, 남성의 성욕을 신화화하고 자연화하는 사회에서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수준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남미새만큼 여자라는 존재 자체를 좋아하는 여미새를 현실적으로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성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여성을 멸시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고 좋아하고 몰두하는 남자? 흔치 않다. 여미새라는 표현은 과거 남초 집단에서 여성의 편을 들어주는 존재를 멸시하는 표현을 순화한 것인데, 성평등한 발언을 하거나 여자의 편을 드는 것만으로 여미새로 몰리기도 했다. 이른바 ‘상디형 여미새’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여자 편을 드는 여미새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진실을 드러낸다. 남자는 굳이 여자에 미칠 필요가 없다. 여자를 경유하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 미치면 그는 사랑꾼이자 로맨티시스트가 될 수 있다. 상반기를 휩쓸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에서 양관식이 열풍을 일으켰던 이유는, 아내와 딸에 ‘미친’ 헌신적인 남자였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헌신하는 것은 세계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가치 있고 멋지다. 그러나 여자가 남편이나 아들에 미치는 것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미치지 않으면 이기적인 아내나 엄마가 되었으니까. 애처가나 공처가라는 표현은 있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를 가리키는 말은 (당연해서)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자를 향한 여자의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서 강요되는 동시에, 세계의 규범과 억압에 순종하는 행위이기에 저항이나 혁명이 될 수 없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것은 로맨틱하지만,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신발끈을 묶어주면 모욕적으로 느껴지듯 ‘미치는’ 행위에는 성별 권력이 개입한다. 미칠 수 있는 자유는 자신을 낮추어도 훼손되지 않는 존엄을 가진 성별에게 주어진다. 오랫동안 가부장제는 여성을 사적인 영역에 가둬두고,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맨스와 남성의 사랑이라고 주입했다. 공적 자원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게는 남편 또는 아들의 성취를 대리 향유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영범의 엄마는 아들맘, 남미새라고 조롱 받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아들에 집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추적이나 성찰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과 감수성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 진출하는 오늘날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여전히 사회는 남성으로부터 받는 사랑이 여성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외친다. 어떤 여성들은 저항하고, 어떤 여성들은 그 방향에 편승하고 싶어한다.
즉 남미새는 로맨스와 사적 관계를 둘러싸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지형도를 고스란히 노출하는 존재이다. 그러니 자신을 낮추면서 남성들에게 인정을 갈구하는 남미새는 현대 여성의 심기를 긁는다. 가뜩이나 사회적 억압과 외부적 요인이 현대 여성의 가치관—남성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하는, 연애 대상으로만 인식되기를 거부하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케케묵은 편견에 맞서 싸우며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기를 바라는—을 후려치는데, 남미새는 내부에서 줄줄 새는 바가지다. 남미새에 대한 여성 소셜의 적대감이나 여성 인권을 후퇴 시킨다는 표현은 이처럼 여성을 멸시하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다른 여성상을 만들려는 여성들이 직면하는 분열과 모순에서 비롯된다. 강유미의 유튜브에서 무속인은 강유미에게서 남미새를 퇴마한 후 “여사친들 챙기고”라며 조언한다. 남미새의 가장 큰 업보는 그가 ‘여성과 여성들의 관계’를 소중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성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여성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 같다. 여성들은 남미새를 향한 감정이 여성혐오적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같은 여성으로 묶이기 싫은 하위주체적인 측면’에 고통받는다.
남미새는 여성들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기에 배척받는 새로운 유형의 빌런이다. 남미새는 성차별적이고 공감성 수치를 불러 일으킨다. 동시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행동 규범을 극단으로 추구한 끝에, 그러니까 ‘너무 여자라서’ 타자화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왜 여자가 남자에 미치는 것을 볼 때 같은 여자인 내가 어딘가 굴욕적인 맛을 느끼는가.
<이진송>
‘판례법주의’ 따르는 캐나다·영국법원 홈피서 ‘임의어 검색’도 가능
독일·일본은 ‘선택적 공개’ 방식비실명화 수준, 한국보다 ‘개방적’
해외에서는 “판결문은 공개하는 게 원칙”이라는 방침을 정한 사례가 많다. 법조계는 “판결문 공개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한국도 열람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은 법원 판결문을 일반 대중에게 가장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나라로 꼽힌다. 연방법원 판결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모든 판결문이 원문 그대로 홈페이지에 올라온다. 한국에선 공개되지 않는 미확정 형사사건 판결문도 예외가 아니다. 판결문에는 소송 당사자의 실명이 그대로 실리고, 재판 과정에 제출된 각종 서류도 모두 공개한다.
미국 주법원도 대부분 판결문을 전면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미성년자 보호나 국가기밀 보안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일부 정보만 예외적으로 비공개 처리한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정훈 변호사는 “미국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이상 공공의 영역에 들어온 것으로 보고,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알권리가 우선한다는 인식이 형성돼 있다”며 “판결문 비공개가 기본이고 일부만 공개하는 한국과는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영국도 대법원 판결을 선고 이후 일주일 내로 공식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한다. 하급심 판결은 선별적으로 공개되지만 소송 당사자의 이름 등 개인정보를 가리지 않고 원문 형태로 제공한다. 캐나다도 선고된 판결문을 전면 공개한다. 캐나다와 영국에서는 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문 임의어 검색도 가능하다.
한국에 이런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판결문 공개에 적극적인 미국·영국·캐나다 등은 ‘판례가 곧 법’이라는 판례법주의를 채택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판결문이 한국 같은 성문법 국가의 법령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판결문 공개 원칙도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한국과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셈이다.
그럼에도 법 체계가 비슷한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판결문 열람 제도는 제약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대륙법계로 성문법주의를 채택하는 독일·일본도 판결문을 선택적으로 공개하는데 비실명화 수준이나 수수료 부과 면에서 차이가 있다.
예컨대 한국은 기업 이름이나 지역명까지 모두 비실명 처리하지만, 독일과 일본은 개인의 이름만 가리고 기업 이름 등은 공개한다.
판결문 1건당 수수료 1000원을 내야 하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2000년 이전에 선고된 판결문만 수수료를 받고 나머지는 무료로 제공한다.
판결문 공개 확대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알권리와 재판 공개 원칙을 보다 더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최경천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공공 데이터 관련 비정부기구 오픈데이터포럼이 지난해 8월 개최한 ‘법원 판결문 개방 국내외 현황 및 향후 정책방향 제언 세미나’에서 “그간 한국은 개인정보보호법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과 충돌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유럽 국가들은 법원 판결문을 공개하되 개인정보가 문제가 될 때 (이용자에게) 강하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보완하고 있다”며 “한국도 개인정보 보호와 알권리가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미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반면 대중 경상수지는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24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990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년(+328억2000만달러)에 비해 흑자규모가 커졌다.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1년 새 877억6000만달러에서 1천182억3000만달러로 34.7% 늘었다. 대미 경상수지 흑자는 2014년 전고점 이후 최근 4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상품수지(+1089억9000만달러)와 본원소득수지(+184억달러)가 모두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상품수지는 반도체·정보통신기기 등의 수출 증가, 본원소득수지는 배당수입 증가 등으로 각각 흑자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수지는 71억8000만달러 적자였다.
대중 경상수지는 290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2023년(-292억5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2위였다. 반도체 등 수출 증가와 화학공업제품 등 수입 감소로 상품수지 적자가 1년 새 331억3000만달러에서 325억3000만달러로 소폭 줄었다. 대일 경상수지는 127억2000만달러 적자로 전년(-157억7000만달러)에 비해 적자 규모가 줄었다.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에 대해선 170억9000만달러, 565억2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김성준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미국 관세정책 영향이 하반기 더 강해지면서 대미 흑자가 작년보다는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계정을 보면,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자산)는 485억9000만달러로 전년(321억7000만달러)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됐다. 특히 대미 직접투자 규모는 역대 네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부채)는 190억4000만달러에서 152억3000만달러로 줄었다.
내국인의 해외증권투자(자산) 증가액은 722억5000만달러로 전년의 454억2000만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대미 주식투자 증가 폭이 371억4000만달러로 역대 3위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주식투자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88%에 달했다. 반대로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부채)는 1년 새 371억4000만달러에서 219억6000만달러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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