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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흥신소 겨울 품속 포근한 바다, 위로…찬 바람 불 때 더 좋은 삼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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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이
댓글 0건 조회 0회 작성일 26-01-2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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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흥신소 찬 바람이 불수록 여행은 뜨거워야 한다. 몸이 먼저 데워져야 비로소 감각도 깨어난다. 강원 삼척은 쉼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아는 도시다. 그 해답은 삼척 내륙 깊숙이 숨은 유황 온천에 있다. 매끄러운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순간, 묵직하게 쌓였던 피로가 서서히 풀린다. 기분 좋은 온기를 품고 나선 7번 국도. 뜨끈한 온천에서 서슬 퍼런 동해로 이어지는 온도의 변주.삼척의 겨울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시린 마음을 녹이는 확실한 처방
강원 삼척시 가곡면 탕곡리. 태백산맥 깊숙이 들어앉은 두메산골이다. 삼척과 태백을 잇는 416번 지방도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나오는 외진 마을이다. 인적도 차량도 드물어 시간마저 제 속도를 잊은 채 더디게 흐른다. 정오가 가까워서야 산마루 너머로 햇살이 고개를 든다.
마을 앞으로는 덕풍계곡 용소골에서 발원한 가곡천이 유유히 흐른다. 탕곡리(湯谷里)라는 지명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절골에 머물던 스님들이 이곳에 노천탕을 만들어 몸을 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을 이름 자체가 뜨거운 위로를 품은 거대한 욕장(浴場)이었던 셈이다.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살아온 덕분일까. 탕곡리에서는 지하 800m에서 하루 800여t의 온천수가 솟아난다. 수질 또한 독보적이다. 유황은 물론 미네랄과 실리카 성분도 풍부해 피부 건강과 묵은 피로를 개선하는 효능이 있다.
자연이 내어준 소중한 자원을 온전히 누릴 방법은 없을까. 2023년 4월에 개장한 가곡유황온천이 그 답이다. 소박한 산촌 풍경 사이로 당당히 들어선 4층 규모의 온천 건물은 탕곡리의 새로운 활력소이자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온천 내부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감이 돋보인다. 백미는 3층 스파 시설이다. 문을 여는 순간 공기 중으로 퍼지는 진한 유황 냄새가 이곳이 온천임을 실감케 한다. ‘동굴 도시’ 삼척의 테마를 담은 동굴 스파부터 벽면을 타고 온천수가 폭포처럼 흐르는 쿨링 스파, 가족 여행객을 위한 키즈 스파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무엇보다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메인 풀장 너머의 풍경이다. 통유리창 가득 펼쳐지는 병풍바위의 절경은 마치 자연의 품 한가운데서 스파를 즐기는 듯한 해방감을 선사한다.
4층으로 올라가면 겨울 온천의 정점인 야외 자쿠지 풀이 기다린다. 영하의 찬 공기 속에서도 수온은 34~35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물속에 몸을 누이면 유황 온천 특유의 미끌미끌한 촉감이 비단처럼 피부를 감싼다. 머리 위로는 산촌의 맑고 찬 공기가 내려앉고, 장엄한 태백산맥의 능선이 시야 가득 웅장하게 자리한다. 뜨거운 온기와 서늘한 공기, 그리고 자연의 압도적인 위용. 시린 마음을 녹이기에 이보다 더 확실한 처방은 없다.
가곡유황온천 인근의 족욕 체험장은 정적인 휴식을 선사한다. 편백 향이 감도는 내부로 들어서면 통창 너머 가곡천 풍경이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특히 설경이 더해진 날의 운치가 압권이라고 했다. 체험은 목 뒤에 아로마 겔을 발라 긴장을 완화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족욕은 버틸 수 있는 최대 온도로 발을 찜질하듯 담그는 것이 요령이다. 유황 온천 특유의 매끄러운 수질이 발을 감싸안으면, 쌓였던 피로가 순식간에 씻겨 나간다.
마무리 과정 역시 체계적이다. 미용 소금으로 각질을 정돈하고 그 위에 페퍼민트 오일을 덧바르면 혈액순환을 돕는 즉각적인 냉각 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온천수로 조리한 구운 달걀도 잊지 말자. 수분을 가득 머금은 촉촉함과 찰진 식감은 시중의 구운 달걀과는 확연히 차별화된다.
하늘에서 쓰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온천과 족욕이 남긴 온기를 품고, 이제 서늘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겨볼 시간이다. 시선은 동해로 향한다. 동해의 척추를 따라 뻗은 7번 국도를 달리며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닌 삼척의 바다를 만나보자.
내비게이션의 안내는 잠시 잊어도 좋다. 도로 위 이정표와 파란 수평선을 나침반 삼아 마음 내키는 대로 운전대를 꺾으면 그만이다. 풍경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그 자유로운 방랑이야말로 7번 국도가 여행자에게 건네는 가장 큰 선물이다.
삼척의 핫플레이스를 그냥 지나칠 수야 있나. 장호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계절 내내 맑고 투명한 바다로 이름난 곳이다. 이왕이면 색다른 시선으로 만나보자. 선택지는 삼척해상케이블카다. 장호항과 용화해변 사이 874m를 가로지르는 하늘길은 푸른 동해를 가장 입체적으로 대면하는 통로다. 거침없이 뻗은 수평선이 시야 끝까지 넘실거린다. 케이블카라는 안온한 공간 덕분일까. 살을 에던 겨울바람마저 창밖 풍경 속으로 녹아들어 어느덧 포근한 시선으로 다가온다.
양쪽 정거장에는 산책로와 전망대가 있다. 용화역과 연결된 산책로는 바다를 향해 돌출되어 있어 걷는 내내 파도 소리가 가깝다. 발아래로는 바다 위에 보석처럼 박힌 기암괴석이, 시선 끝에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백사장으로 달려드는 파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정작 여행자의 발길을 붙드는 것은 해변 옆으로 나직하게 엎드린 어촌의 소박한 정취다.
용화해변 옆으로 흰색 건물들이 옹기종기 어깨를 맞대고 있다. 바다를 앞마당 삼아 단정하게 자리 잡은 모습은 마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속 한 장면처럼 평화롭다. 화려한 수식 대신 바다의 채도와 바람의 결을 오롯이 담아낸 마을 풍경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구석을 보드랍게 매만진다.
백두대간과 동해를 한눈에 품다
이제 바다와 나란히 발을 맞춰보자. 장호항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리면 덕봉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본래 섬이었으나 세월의 흐름 속에 육지와 연결되며 ‘덕산도’에서 ‘덕봉산’으로 이름을 바꿔 달았다. 맹방해변과 덕산해변 사이. 마읍천의 민물이 바다와 섞이는 길목에 외따로 솟은 이 산은 한때 군사 보호구역으로 묶여 반세기 넘게 은둔의 시간을 보냈다.
덕봉산의 숨통이 트인 건 최근의 일이다. 해안 산책로가 조성되며 비로소 대중에게 품을 내주었다. 모래사장 위로 길게 뻗은 외나무다리를 건너 ‘섬 아닌 섬’으로 들어서는 순간, 소란스러운 일상은 파도 소리에 묻혀 서서히 멀어진다.
해발 54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그 안을 채운 소리는 웅장하다. 해안선을 따라 걷는 탐방로에 들어서면 장쾌한 파도 소리와 댓잎이 부딪치며 내는 바스락 소리가 근사한 이중주를 들려준다. 자연이 전하는 ‘오디오 가이드북’인 셈이다. 특히 동쪽 탐방로에 서면 바다와 단단한 땅 사이에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밀도 높은 고요함이 느껴진다.
정상까지는 느릿한 걸음으로도 20분이면 충분하다. 정상 전망대에 서면 사방이 탁 트여 어디에 눈길을 둬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화려한 절경 대신, 꾸밈없는 바다와 굽이치는 파도가 겨울 동해의 담담한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내륙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면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가 겹겹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차갑다 못해 매서운 갯바람. 거친 해풍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는 이 작은 산의 단단함이 미덥다.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싶은 이들에게 덕봉산은 묵묵히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나지막한 위로를 건넨다.
시간이 머무는 삼척항의 산동네
동해안 어촌은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을 안고 7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삼척항 인근 언덕배기에서 발길이 멈춘다. 화려한 리조트도, 하늘을 가리는 고층 건물도 없는 곳. 대신 오래된 생활의 온기가 골목마다 배어 있는 나릿골 감성마을이 자리한다.
나릿골은 삼척항의 옛 지명인 정라항과 맞닿은 골짜기에 배를 대던 나루에서 이름을 얻었다. 삼척항이 활기를 띠던 1960~1970년대. 어업에 종사하던 주민들이 하나둘 모여 형성한 자연부락이다. 지금도 마을 주민 상당수는 바다를 터전으로 삼는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마을은 낙후되었지만, 삶의 흔적을 억지로 지우지 않았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붕을 고치고 담장에 벽화를 입혔을 뿐. 지난날의 생활상과 풍경은 그대로다. 누군가에게는 짙은 향수를,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여운을 남긴다.
골목은 좁고 가파르다. 시멘트 계단과 낮은 담장, 자그마한 텃밭이 이어진다. 발걸음을 옮길수록 시야는 서서히 열리고, 골목 틈새로 삼척의 바다가 스민다. 골목 곳곳에는 빈집을 개조한 전시관과 작은 박물관이 들어서 바다와 함께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담담하게 전한다.
마을 전망대에 오르면 삼척항과 나릿골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은은하게 퍼지는 비릿한 바다 냄새. 뱃고동 소리가 울려 퍼지며 고깃배가 햇살을 가르고 출항한다.
평온한 마을 분위기와 대비되는 항구의 분주함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해가 늦게 뜨는 겨울,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나릿골에서 해돋이를 맞아보는 것도 좋겠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의 소망과 묵은 근심을 함께 내려놓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가 있을까.
서울시는 기후 변화로 극한호우가 빈번해지면서 민간 개발사업에서 발생한 개발이익인 ‘공공기여’를 하수시설 강화 등에 적극 투입하겠다고 15일 밝혔다.
민간 개발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공공기여 제도는 주로 도로·공원·문화시설 등 공공 생활 인프라에 쓰였다. 시는 앞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 안전 인프라에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에 시간당 100㎜를 넘는 폭우로 침수 피해가 반복되면서 시는 사후 복구가 아닌 예방 중심의 안전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보고 시설 확충에 공공기여를 활용하기로 했다.
서울 내 하수관로 1만866㎞ 중 30년 이상 된 정비 대상 관로는 55.5%(6029㎞), 50년 넘은 초고령 관로는 30.4%(3303㎞)에 달한다.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저지대는 처리 용량 한계로 침수 위험에 노출돼 정비가 시급하다.
현재 공공재정만으로는 하수 인프라 확충을 위한 예산과 가용 토지의 확보, 주민 수용성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지만, 공공기여를 활용하면 공공·민간이 도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협력 구조를 구축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시는 앞으로 개발사업 계획 수립 단계부터 하수도 정비가 필요한 지역을 체계적으로 검토해 정비 우선순위를 정하고,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접 구간 노후 하수도 정비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침수 취약지역에는 집중호우 때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저류조를 설치하고, 산자락에 있는 사업지에는 산사태 예방을 위한 사방시설을 짓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재건축을 앞둔 강남구 대치역사거리 인근 미도·은마·선경아파트는 지난해 정비사업과 연계한 공공기여로 약 11만9000t의 저류시설을 공동 설치·부담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안대희 서울시 도시공간본부장은 “하수도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극한 호우 등으로부터 시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도시 인프라”라며 “앞으로 공공기여를 도시 안전 확보, 기후위기 대응 등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서울을 만드는 데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방임’은 문민정부 이후 역대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나 연설문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단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처음으로 썼다. “다시는 국가의 방임과 부재로 인해 억울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7월 대형 참사 유가족을 만나 한 말이다. 지난해 9월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들의 방임이야말로 산재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발언에서도 비슷하게 쓰였다. 과거 ‘자유방임주의’를 언급한 대통령은 있었지만 ‘방임’을 이렇게 따로 떼서 쓴 대통령은 없었다.
‘방임’은 두 차례 쓰였을 뿐이지만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본래 의미와 거꾸로, 각 분야를 촘촘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통적으로 대통령의 연설은 미리 정제한 메시지를 전체 국민에게 전달하고 여론을 움직인다는 의미의 고잉 퍼블릭(going public) 전략”이라며 “이와 달리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 특징은 모든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의 유비쿼터스(Ubiquitous)라고 할 수 있고, 개별 사안에 따라 개별 국민을 따로 불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보인 이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지난 8일까지 나온 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포함한 공식 메시지와 국무회의, 부처별 업무보고에서의 발언을 모두 모았다. 2만4000여개 문장, 71만7000여자에 달했다. 말의 뼈대를 이루는 명사 등의 형태소를 추출한 뒤 평균 이상 자주 함께 등장하는 단어로 ‘말의 지도’를 그렸다. 지도에는 ‘생각-수준-정도-가격-규모-진척’ 등 일하는 방식을 암시하는 줄기들이 많이 보였다. 이어진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면 “생각, 수준은 어떤 정도이며 규모나 가격은 어떠하며, 진척은 얼마나 됐나” “예를 들어 어떤 경우가 있고, 해결 방식이나 제재 방안은?” 등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신의 실천력을 강조해왔다. “진짜 말한 대로 하거든요. 쏠 때는 반드시 실탄으로 쏴야 합니다.”(2021년 9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대통령이 된 뒤 이런 특성은 ‘속도전’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는 고속도로 휴게소 문제에 대해 “최대한 빨리 정리를 하라” “지지부진한 건 안 하는 거하고 똑같다”며 여러 차례 신속 해결을 주문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도 농어촌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빨리 신속하게 너무 지연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
실질적 성과를 내라는 발언도 두드러졌는데, 역시 처음은 아니다. ‘시사IN’은 2021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토론 발언을 분석해 ‘거래의 리더십’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자신에게 표를 주면 이익과 성과를 돌려주겠다고 설득한다는 것이다.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를 만드는 ‘증명의 정치’”(2025년 7월, 취임 한 달 기자회견) “국민들도… ‘내 삶은 뭐가 좋아졌지?’ 그런 판단이 들면 ‘뭐 똑같네, 더 나빠졌네’ 하니”(제32회 국무회의) 등의 발언도 그런 평가와 닿아 있다.
여기서 국민은 세대와 지역과 이념을 아우르는 평균적 개념은 아니다. 다양한 처지, 구체적인 삶과 형편을 직접 언급한다. “일주일에 4일, 12시간씩 맞교대하며 밤낮 바뀌어 일할 경우 피로에 시달리고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지난해 7월,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 “바가지 자체는 행정 제재 사유가 되나요?” “게임 관련해서 그 현장에 불만이… 비싼 거는 안 뽑힌다 뭐 그런 거죠? 이거 어떻게 통제하고 있어요?”(문화체육관광부 등 업무보고)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보건복지부 등 업무보고).
이러한 언급은 이 대통령 개인의 경험과 연결 지으면서 극대화된다. “우리 여동생이 그 일 하다가 새벽에 화장실에서 사망했는데 산재 처리를 안 해줘 가지고…”(고용노동부 등 업무보고) 국민이나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으로도 이어진다. “현장 간담회든지, 면담이든지, 현장 순찰이든지 이런 것을 최대한 많이 해야…”(제37회 국무회의) “세관이 아니라 공항공사가 하는 게 맞는데라는 댓글이 있더라고요. 대중들은 다 아는 거예요.”(산업통상부 등 업무보고)
신현기 교수는 “국무회의, 업무보고를 공개한 것은 획기적이고 민주주의의 확대”라고 평가하면서도 “대통령의 가시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자신이 국정운영의 중심임을 각인시키는 권력행위라는 측면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의 연설문을 쓰고 다듬었던 강원국 작가는 “말에 그치지 않고 실행으로 이어져 효능감이 있다는 건 장점”이라며 “말이 단정적이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퇴로가 없다는 단점도 있다”고 했다. 대선 토론 분석 경험이 있는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발언이 많다는 것은 어떤 방향으로 국가를 운영하려는지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며 “동시에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고 예상과 달리 수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말의 지도에서 중심 부분에 있는 것은 ‘협력-교류-양국-관계-동반자’ 등 외교 분야의 언급이다. 취임 초반 활발한 외교 행보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이어지면서도 하나의 축을 이루고 있는 것은 ‘경제-성장-발전-산업-기업’ 부분이다. 단어를 이어 문장을 만들면 “대한민국을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경제 성장을 이루겠다” 등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분배보다 성장에 방점을 둔 ‘우클릭’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7월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개막식 연설에서는 “우리 옛말에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 이런 얘기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준다는 사실을 증명해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이 자주 쓴 단어를 산출해보니 ‘성장’이라는 단어가 전체 추출 어휘의 0.52%를 차지해 열 번째로 많았다. 문민정부 이후 ‘성장’이라는 단어가 20위권 내에 들어간 경우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했는데, 그마저도 15위(0.41%)였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 연연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협력’(3위), ‘미래’(6위), ‘앞’(12위) 등도 전임자들보다 자주 썼다. ‘미래’가 20위권 내에 들어간 경우는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밖에 없었다.
말의 지도에서는 ‘공직-사회-책임-일-국민-삶’ 등 공직자의 자세를 의미하는 부분도 눈에 띄었다. “주인의 일을 대신하는 머슴이기 때문에… 주인의 이익에 최대한 부합하게”(해양수산부 등 업무보고)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2017년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공무원 관료 조직은 ‘로보트 태권브이’ 같은 존재”라고 썼다. 누가 이끄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미다. 해수부 등 업무보고에서도 “조직의 최종 책임자들이… 혜택만 누리고… 책임이나 역할을 제대로 안 하는 건 제가 그냥 눈 뜨고 못 봐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발언에서는 행정가적 면모가 돋보인다. 정치와 행정은 다르다고도 말했다. “여의도를 중심으로 정치적 갈등 속에서 대응하는 거 하고, 국민의 삶과 국가의 운명을 놓고 행정을 직접 집행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산업부 등 업무보고) 말의 지도에서도 정치와 관련된 줄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신현기 교수는 “대통령은 행정가이기도, 정치인이기도 하다”며 “실용적으로 국정을 이끄는 모습은 좋지만, 자칫 이익을 조정하고 소통을 활성화하는 정치의 영역이 축소되고 국정운영이 효율성 중심으로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식 메시지나 연설문에서 ‘기후위기’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은 문민정부 이후 대통령의 공식 메시지와 연설문을 모두 수집해 말의 뼈대가 되는 명사 등을 중심으로 단어를 추출했다. 명사가 연속되는 경우 붙여서 따로 하나의 단어로 추가했다. 그런 다음 이전 대통령 모두가 언급한 적이 없는 단어들만 모았다.
대통령별로 가장 많이 쓴 새 단어는 햇볕정책(김대중), 소·대연정(노무현), 녹색성장(이명박), 경제혁신(박근혜), 코로나19(문재인), 늘봄학교(윤석열), 친위쿠데타(이재명) 등 당시 정부의 어젠다나 시대 상황을 담고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새 단어 중에는 사회안전망을 의미하는 ‘매트리스’나 과도한 규제를 지칭하는 ‘거미줄규제’ 등 비유적 표현이 눈에 띄었다. GPU, 디스토피아, 새끼호랑이 등 인공지능 관련 단어도 보였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이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하면서 ‘서생’이라는 단어도 처음 썼다. 이 말은 김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로, 공식 메시지는 아니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은 ‘서생’도 그렇고, 기술 관련 용어의 첫 사용이 많은 것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닮아 있다”며 “디스토피아 같은 단어의 사용을 보면 전문가들의 우려사항이나 정보를 민첩하게 잘 수집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디지털’을 비롯해 IT강국, BT(생명과학기술) 등 정보통신과 과학기술 관련 용어들을 처음 사용했다. 비즈니스, 장사, 발명 등의 단어도 처음 썼다. ‘레저’도 처음 언급했는데, 사회 변화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인권국가’라는 단어 조합과 이희호 여사를 지칭하는 ‘아내’라는 말도 처음 썼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북)좌파, 진보진영 등 정치 관련 용어의 첫 사용이 두드러졌다. 특권 없는 사회를 강조하면서 ‘반칙’이라는 단어도 처음 사용했다. 인터넷 대통령으로 불린 만큼 ‘네티즌’이라는 용어도 처음 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K팝’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최초 언급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라고 처음 명명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단어를 독특하게 조합한 것들이 많았다. ‘카르텔’의 경우 이권, 사교육, 부패 등과 연결해 썼다. 가짜평화, 공산전체주의세력, 노사법치주의, 허위선동 등도 비슷한 경우다.
대통령마다 내건 기치나 구호는 비슷하지만 조금씩 달랐다. 글로벌책임강국(이재명), 글로벌중추국가(윤석열), 글로벌경제대국(문재인), 글로벌대한민국(박근혜) 같은 식이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한반도평화실현(김대중), 한반도평화통일(박근혜), 한반도평화구상(문재인), 통일한반도실현(윤석열), 한반도평화공존(이재명) 등 정부의 특성에 따라 ‘공존’ 혹은 ‘통일’에 각기 방점을 뒀다.
대통령별로 많이 쓴 단어를 살펴보니 대부분의 대통령에서 ‘국민’이 1위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계’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제’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세계 금융위기를, 박 전 대통령은 경제혁신을 많이 언급한 때문으로 보인다.
상위 5위 안에는 대체로 국민, 세계, 경제 등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신현기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집권 배경이 달라도 대통령이 되면 공통의 문제에 부딪힌다”며 “국민을 지속 호명함으로써 자신을 국가운영과 통합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평화, 남북 등의 단어는 상위 20위권 내에서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두 등장했다. 반면 ‘기업’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만 나타났다. 신현기 교수는 “민주화 이후 이념 갈등이 남북관계, 기업과 시장의 자율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발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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